영어는 이제 취업을 위한 필수 조건이 되었다.
나역시 20대 청년 백수로 남지 않기 위해서 영어를 공부해야 했다.
나의 대학 시절은 남들이 공부할 때 난 놀고 남들이 놀때 나 역시 놀았던 기억밖에 없지만
후회하지는 않는다. 그게 지금의 나니까..
그래도 졸업이 가까워 지면서 집안에 누가 될 수 없었기에 영어 공부를 해야 했다.
학교 게시판에 붙어 있는 영어회화 스터디를 모집을 보고 찾아 간 첫날
넉살 좋게 생긴 어깨가 떡하니 벌어진 남자 한명과
긴 생머리가 허리까지 오는 대학생이지만 고등학생처럼 보이는 여자,
그리고 깔끔하게 생긴 남자,
왠지 이 사람은 박사 공부를 할거 같은 남자 한명이 자리에 있었다.
'안녕하세요'
인사를 하고 난 빈 자리에 앉았다.
근데 내 맞은 편에 빈자리가 두개 더 있었다.
잠시 사람들과 인사를 나누고 간단한 형식 적인 질문을 주고 받던중..
누군가가 들어 왔다.
머리를 뒤로 또아리를 틀어 묶고 후드티 차림에 모범생 안경을 쓴 여자였다.
키는 아담했고 한손에는 책을 가득 안고 있었다.
웃으며 조심스럽게 들어오는 그 여자를 처음 봤을 땐
'이야 성격 좋아 보이는데?' 였다.
그리고 뒤이어 짧은 치마를 입고 하이힐을 신은 여자가 들어 왔다.
그녀의 목소리는 약간의 하이톤이었고 활달해 보였다.
그렇게 이쁘지는 않았지만 애교가 참 많은거 같았다.
난 속으로 '이 아이는 공부하러 온거 맞나?' 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난 그녀를 처음 보게 되었다.
영어 회화 스터디는 생각보다 재미 있었다.
열심히 준비하여 발표도 하고 도움이 많이 되는 것 같았다.
하지만 늘 그렇듯이 우리는 너무 친해져 버렸고 공부 보다는 함께 술을 마시거나 놀러가는 일이 많아졌다.
난 체질적으로 알콜알레르기가 있어 술을 못마시지만 이렇게 어울리는게 좋았다.
하루는 그녀가 너무나 다른 모습으로 스터디를 왔다.
후드티도 아니고 옷도 이쁘게 입고 화장도 이쁘게 하고...
여자는 변신을 수십번도 할 수 있다더니 딱 그랬다.
어쩌면 내눈에 만 그렇게 보였을 수도 있지만.. 그녀는 정말 털털해 보였고 술도 좋아하고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도 좋아했다.
하루는 이야기를 하다 그녀가 돼지국밥을 좋아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왠지 모르겠지만 그 말에 자꾸 그녀가 끌리기 시작했다.
이유가 뜬금없긴 하지만 생각해 보면 그렇게 그녀를 향한 내 마음이 커지기 시작한 것은
돼지국밥을 좋아한다는 말을 듣고 나서가 확실한거 같다.
그때부터 난 나도 모르게 그녀를 조심스럽게 대하기 시작한 거 같다.
조심스럽게 말하고 학교를 거닐 때 혹시 마주칠까 두리번 거리고...
그때의 내 행동과 내 맘을 그녀는 몰랐을 것이다.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2 조금씩 조금씩 나의 존재를 알려가기 (0) | 2012.05.28 |
---|---|
난 지금 나도 모르게 (0) | 2012.05.2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