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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2 조금씩 조금씩 나의 존재를 알려가기

그렇게 그녀에게 조금씩 난 관심이 가기 시작했다.


난 그 때 그게 사랑이었는지 아니었는지는 확실치 않았던거 같다.


단지 그녀를 조금더 알고 싶었고 좀더 친하게 지내고 싶은 마음이 컸었다.


그녀는 액션 영화보다는 남들이 흔히 말하는 예술 영화를 좋아했다.


가슴을 울리고 감동을 주는 아니면 연기력이 있는 그런 영화들..


어떻게 자연스럽게 그녀에게 접근해야하나 고민했다.


뜬 금없이 영화를 보러가자고 하면 분명 경계를 할 테고.. 그렇다고 단 둘이 술이라도 한잔 하자고


말하기에는 너무나 이상했다. 


그건 그냥 내가 너에게 '맘이 있어!'라고 대놓고 말하는 것과 같다.


이렇게 난 어떻게 자연스럽게 접근해야 하는지 고민하기 시작했다.


일주일에 두 번하는 영어 스터디 수업중에는 영어보다 그녀의 관심사를 관찰하기 시작했다.


우연히 그녀가 '오다기리죠'가 나오는 도쿄타워를 보고 싶다고 하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하지만 그 영화는 이미 영화관에서 막이 내렸고 


그녀는 컴맹에 가까워서 나에겐 기회였다.


또 우연히도 내 컴퓨터 안에는 그 영화가 있었기 때문에


CD로 구워서 스터디 수업시간에 주기로 했다.


사람들 있는데서 자연스럽게 티나지 않게 어떻게 CD를 건내주어야 할까?


그건 나에게 술을 먹고 얼굴이 벍게졌지만 안먹었다고 발뺌하는 것 만큼이나 어려웠다.


그날이 왔다. 그녀는 오늘따라 더 매력적으로 보였다.


스터디가 막 시작했을 때 사람들이 서로에게 안부를 묻고 약간 시장같은 어수선함이 있을 때


기회는 이때 난 맞은 편에 앉은 그녀에게 CD를 던졌다.


'자 이거 저번에 보고 싶어 했던 거지?'


자연스럽게 티가 나지 않게 하려고 했는데 너무 경직된 말투였다. 그리고 내 얼굴은 빨게 졌다.


이게 아닌데... 계획과는 다른 건데...


시장같은 분위기가 조용해지고 사람들은 그녀와 나와 CD에게 시선을 번갈아 주었다.


'오~~~~'


스터디하는 사람들의 짧고 길게 빼는 감탐사


'다른 분들도 보고 싶으면 다보고 돌려 보세요'


서둘러 난 무마시켰다.


다행히 나의 얼굴에는 관심을 가지지 않은 거 같았다. 난 그렇게 나의 수줍은 얼굴을 들키지 않았다.


그 이후로도 그녀가 읽고 싶어하는 책을 빌려 주기도 했다.


신기하게도 그녀가 읽고 싶어하는 책이 우리 집에 항상 있었다.


아마도 책을 좋아하는 형 때문이었겠지만, 그렇게 하나 둘씩 책들을 그녀에게 빌려주고


조금씩 조금씩 관심을 끌기 시작했다.


자 이제 데이트를 신청해야 할텐데... 잘 할 수 있을까?


고민이 들기 시작했다. 


난 솔직히 연애를 해본적이 너무 오래 되어서...


고리타분한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일단 드는 생각은 영화를 보러가자 였다.


우연을 가장한 데이트!!


흔히 나오는 자연스러운 데이트 신청법!


어디서 본 이야기인데 공짜표가 생겼는데 같이 보러 갈 사람이 없다고 같이 가자고 하면


상대방도 부담없이 갈 수 있다는 이야기가 있었다.


즉시 행동으로 실행!


공짜 이벤트 영화에 응모하기 시작했다.


지금와서 드는 생각이지만... 그냥 표를 사서 공짜표가 생겼다고 하면 될 것을...


왜 그렇게... 이벤트에 미련스럽게 응모 했는 지...ㅡㅡ;;;


결국은 어느 소주회사에서 하는 이벤트에 당첨되었다.


기쁜 마음으로 영화를 보러가자고 했다. 아 근데 자꾸 그녀는 스터디에 다른 여자아이에게 가라고 하는 


것이었다. 


이렇게 내맘을 몰라 주다니...


영화는 저녁 8시


스터디는 오후 5시에 끝났다. 시간이 조금 남으니 그녀랑 둘이서 저녁먹고 잠시 이야기하며 


기다리다. 영화를 보면 될거라 생각했는데..


스터디가 끝나자 사람들이 술을 먹자고 한다.


아... 그녀는 당연히 술먹는 거에 콜! 내 속은 타들어가고 이러다가 술 많이 먹으면


영화보러 안가는거 아냐?란 생각이 불안 한듯 머리속에 스치고 지나간다.


스터디 사람들도 나랑 그녀랑 영화보러 가는 거 아는데.. 왜 술을 먹자고 하는 건지..


에휴... 정말 도움이 안되네..


초조한 마음에 나두 모르게 못먹는 술을 조금씩 먹기 시작했는데 생각보다 많이 먹은거 같았다.


다행이 내가 초조하게 시계를 보고 있으니


스터디 형이 영화보러 가라고 나와 그녀를 보냈다.


즐거운 마음으로 진짜 처음으로 단 둘이 버스를 탔는데...


아... 무슨 이야기를 해야 하는 거지?


영화이야기를 해야 하나?


음 영화 무슨 이야기? 줄거리 이야기를 하면 스포일러잖아..


취업준비 이야기를 해야 하나?


괜히 그런 이야기 했다가 기분 다운되면... 책임은 누가 질꺼야?


이런 저런 고민을 하다 결국은 소소한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다행히 생각보다 어색하지 않았다.


영화관에 도착한 우리는 이벤트 장소로 가서 표를 수령해야 했다.


거기로 가서 등록 아이디를 말하면 되는데...


아뿔사... 내 등록 아이디는... '미친 백정'이었다.


내가 무슨 생각으로 그 아이디를 사용했는 지 모르겟지만


그녀 앞에서 그 아이디를 이야기 하기에는 너무... 너무... 쪽팔렸다.


'미친 백정'이 뭐야...


이 아이디를 들으면 뭐라고 생각할까? 아... 진짜 못 배운놈이라고 생각하겠지?..ㅡㅡa


하지만 그렇다고 여기서 영화를 안보고 갈 수는 없으니..


표를 찾는 곳 앞으로 갔다.


표를 배포하시는 분이 나에게 물었다.


'아이디가 어떻게 되시죠?'


난 조그마한 목소리로 '미친백정요'라고 이야기했다.


그분은 씨익 웃으시더니


나에게 좌석을 선택하라고 하였다.


난 영화가운데 좌석보다 양 통로가 있는 쪽을 선택했다.


공간이 있는 걸 좋아해서 그랬는데..


그녀가 나보고 센스가 있다고 했다. 


그녀도 그런 통로쪽 자리가 좋다고 했다.


왠지 의슥해지는 기분.


그렇게 영화를 보기 시작했다...


아 그런데... 영화 제목은 '아메리칸 갱스터' 러셀크로우가 나오는 영화 인데..


재미있는 영화인데...


문제는 내가 술을 마셨다는 것이다.


난 술이 약할 뿐만 아니라 술을 먹으면 자는 버릇이 있는데...


불꺼진 영화관에 약간의 취기...


졸리기 시작했다.


이런 미친 지금 옆에 좋아하는 여자가 있는데 이런 상황에서 잠이 와?


스스로에게 다그치기를 몇번 허벅지도 꼬집고 했지만 쏟아지는 잠..


나두 모르게 졸기 시작했다.


다행이 그녀에게 들키지 않은거 같긴 한데...


모르겠다. 그녀는 알면서도 모른척 했을 수도 있고...


영화가 끝나고 나오면서 그녀가 영화 이야기를 하는데... 기억이 나는 장면이 몇개 안되니..


이런 대화가 될리가 있나...


어찌 어찌 이야기를 풀어 가지만 내 자신이 이렇게 한심해 보일 줄은 몰랐다.


좋아하는 사람옆에서 영화를 보는데 졸다니..


이렇게 그녀와의 첫 데이트는 우여 곡절 끝에 끝났다.


그래서 인지 기억에 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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